여행에서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흐름이다. 걷다 보면 그 적당한 속도를 알게 된다. 이왕이면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 걸음에 이유를 더해보자. 마음껏 감상하고 산책하며 나만의 여유를 누리고, 그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할 문화 감성 충전지를 소개한다. * 사진 제공 : 보안192(통의동 보안여관),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완주군청 문화역사과 문화마을팀

"역사 문화 충전"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삼례는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였다. 일제강점기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본이 호남 지역의 양곡을 삼례를 통해 반출할 목적으로 지은 창고가 그 증거다. 아픈 흔적이지만 삼례는 이를 예술로 승화했다. 양곡 창고를 중심으로 삼례문화예술촌을 만들고 맞은편에 책박물관, 그림책미술관을 조성해 현재를 채웠다. 옛 건축 골조를 그대로 살린 곳에서 예술 전시와 공연이 펼쳐지는 덕분에 사람들은 역사 속에서 예술을 체험한다. 현재 삼례문화예술촌에서는 신사임당 등의 작품을 전시한 <한국화, 계절을 그리다>전(8월 종료)과 <완주군민 공예품 공모 전시>전(7월 종료)을 만날 수 있다. (위치 : 전북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건축 문화 충전" 파주 미메시스 아트뮤지엄
책과 건축, 좋은 콘텐츠를 품은 공간들로 가득한 내실 있는 계획도시가 파주의 청사진이다. 실제로 유수의 건축가들이 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그 결과 파주 출판 단지는 건축의 운율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는 곳이 됐다. 미메시스 아트뮤지엄은 그 중심과도 같은 건물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알바로 시자’가 자신의 인생작이라 평가할 만큼 공을 들였다. 자유롭게 뚫린 창, 정형화되지 않은 구획과 선을 따라 자연광이 넘나들며 날씨에 따라 전혀 새로운 공간을 창조한다. 절로 고즈넉해진 발걸음을 돌려 출판 단지 샛강을 따라 다른 건축가들의 작품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치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


"예술 문화 충전" 서촌 통의동 보안여관
‘예술’과 ‘서촌’은 참 잘 어울리는 단어다. 조선 시대 중인들이 살던 마을답게 아담한 한옥이 면면이 있고, 근현대사에서 꼽히는 예술가들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사이 지금의 니즈가 반영된 카페, 전시관 등이 빼곡히 자리 잡았다. 옛것과 현대의 것이 공존하는 서촌의 면목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도드라진다. 80년이 넘은 호호백발 건물, 서정주 시인을 비롯한 여러 문학인의 아지트였던 이곳은 철거될 위기를 넘기고 살아남았다. 전시관으로 새로운 쓰임을 찾으며, 이야기가 담긴 문화의 가치를 증명해낸 덕에 무차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보안여관 곁의 신관은 책방과 전시회로 방문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효자로 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