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러닝화 한 켤레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 혼자 달리거나, 친구·크루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달리는 순간은 그 자체로 상쾌하고 즐겁다.
모두가 달리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와치의 GPS를 켜고 여의도를 한 바퀴 돌면 고구마 모양이 완성된다. 바로 '고구마런'이다. 남산 북측순환도로를 달리면 '하트런', 경복궁과 청계천 일대는 강아지 모양이라 '강아지런' 혹은 '댕댕런'이라고 부른다. 일부 코스는 아예 GPS 드로잉 저작권까지 등록돼 있을 정도다.
브랜드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패스트푸드점은 고구마런 인증 시 고구마칩을 무료로 주고,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여름 러너를 위해 완주 이벤트를 진행한다. 치킨 브랜드는 '오븐' 콘셉트의 트랙을 달리는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러너들이 많이 모이는 상권에는 '러너스 할인'이라는 문구가 붙은 가게들도 쉽게 볼 수 있다.
러닝 열풍은 식을 줄 모른다. 국내 러닝 인구는 무려 1,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장비나 레슨에 큰 비용을 들일 필요도 없고, 시간적 부담도 덜하다. 입문 장벽이 낮아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러닝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몸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시의 새벽 공기와 저녁 노을을 마주하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일상 속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달린다'는 단순한 행위 속에서 자유를 느낀다.

러닝이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혼자 달리는 것도 좋지만, 크루와 함께 달리는 맛은 또 다르다. 숨이 차고 포기하고 싶을 때 옆에서 달려주는 동료가 큰 힘이 된다. SNS 속 러너들의 피드는 그야말로 러닝의 매력을 압축해 보여준다. 땀에 젖은 얼굴, 손에 꼭 쥔 메달, 노을을 배경으로 한 그림자. '오늘도 달렸다'는 짧은 인증 한 줄만으로도 서로를 응원한다. 크루 활동을 하다 보면 관계의 폭도 넓어진다.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달리고, 그 안에서 설렘까지 피어오른다. 이른바 '런남런녀'의 만남이다.
러닝은 이제 여행으로도 확장됐다. 달리기 위해 떠나는 '런 트립(run trip)'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해외 마라톤 대회 참가를 위해 여행사가 소셜 러닝 플랫폼, 대회 주최사와 손잡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는다. 예를 들어, 클투(cr8tour.com)는 가을에 특히 아름다운 공주와 빵의 도시 대전, 그리고 하와이와 피렌체까지 다양한 런 투어와 대회 참가자를 모집 중이다. 가까운 주말여행에서도 새로운 곳을 달리기 위해 러닝화를 챙기는 러너들이 많다.
최근 주목받는 흐름은 환경과의 만남이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plogging)'은 몸과 지구를 동시에 건강하게 만드는 일상의 작은 실천이다.


출처: 사진 표기
지속 가능한 나의 속도를 찾아서
요즘 러닝은 '몇 km 달렸는지' 같은 기록보다 그 순간의 경험을 즐기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풍경을 느끼고, 달리며 만나는 작은 순간들이 러닝의 또 다른 매력이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 바로 러닝을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달릴까 말까 고민 중이라면 기록보다 ‘즐거운 시작’에 초점을 맞춰 보자. 주 2~3회, 20분 정도 가볍게 달리며 몸이 천천히 러닝의 리듬을 기억하게 하면 된다. 내 발에 잘 맞는 러닝화 한 켤레만 있으면 준비 끝. 무리하지 않고, 내가 오래 이어갈 수 있는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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