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귀여우면 끝'이라고 외치는 MZ 세대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존재보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는 작고 귀여운 것들에 마음을 더욱 빼앗긴다. 귀여운 동물이나 아기, 사랑스러운 캐릭터, 자극 없는 영상 등 무해한 콘텐츠에 열광하는 것. '식품이 인체에 무해하다'처럼 '해롭지 않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무해(無害)'는 이제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무해함으로 사랑을 받은 그 귀여움 속에는 과연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 걸까.

#푸바오 #귀여움 '자체가 위로'
무해력의 대표주자는 2023년 절정에 달했던 푸바오 신드롬. 뒹굴뒹굴 흙바닥을 구르며 '장꾸(장난꾸러기)'짓을 하는 푸바오 영상은 특유의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녹였다. 매일 아침 출근길 푸바오 영상으로 힘을 낸다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2023년 11월에 진행된 더현대 서울 푸바오 팝업스토어는 2주간 총 2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고 2024년에는 푸바오 이야기가 담긴 영화 '안녕, 할부지'가 개봉하기도 했다.
#캐릭터 #하찮은 '위로와 힐링'
미니어처, 봉제 인형, 캐릭터 키링부터 최근 캡슐 토이를 판매하는 가차숍까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캐릭터 관련 소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 특히 '망그러진 곰'이나 '먼작귀', '최고심' 같은 삐뚤삐뚤한 모양과 어색한 표정, 서툴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귀여움에 기반한 '힐링'과 '하찮은' 감성이 캐릭터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것. 엉성한 그림체 등 완벽하지 않기에 오히려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더욱 친근하게 느낀다는 분석이다.
#순한맛 콘텐츠 #반도파민 추구
자극적인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보다 슴슴한 맛의 콘텐츠를 찾기도 한다. 유튜브에서도 아기 고양이부터 레서판다, 귀여운 아기 영상이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인기 게임으로 부상한 '피크민 블룸'은 귀여운 캐릭터 '피크민'과 함께 산책하고 길 위에 꽃을 심으며 매일의 여정을 기록하는 등 소소한 일상을 즐길 수 있게 했다. '폭싹 속았수다', '멜로무비' 등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들 역시 공통적으로 '무해'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출처: 한국닌텐도 공식채널 유튜브
왜 우리는 무해함에 열광하는가
<2025 코리아 트렌드>(김난도 공저)의 10대 키워드 중 하나인 무해력은 '작고 귀엽고 연약한, 해롭지 않은 존재의 힘'을 뜻한다. 작고 귀엽고 순수한 것들의 공통점으로 '해롭지 않고, 그래서 나에게 자극이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며, 굳이 반대하거나 비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즉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갈등과 경쟁이 심해지는 사회에서 '귀여움'은 일종의 심리적 안전지대를 형성하며 위로를 주는 가치가 된 것이다. <귀여워서 삽니다>(강승혜 저)에서는 귀여움이 단순한 미적 선호가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구성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감정 구조가 되었다고 전한다. 복잡한 세상 속 작은 쉼표이자 안전한 도피처가 된 작고 귀여운 것들로 주변을 채우며 오늘 하루만큼의 스트레스를 해소해보는 건 어떨까.
회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