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의 시대에서 가치의 시대로

작성자
🕒 4분
가격의 시대에서 가치의 시대로

30년 만에 무역의 큰 흐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가격의 시대는 가고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다. 자유무역시대와 함께 급부상한 중국, 글로벌 가치 사슬의 재편 그리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이러한 흐름이 우리 기업에게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 살펴봤다.

자유무역 시대 최고의 수혜자는?

지난 30년간 글로벌 무역은 '가격'의 시대였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자유무역의 시대가 열렸다. 기업들은 적은 비용을 쫓아 전 세계에 공장을 지었다. '원자재-중간재-최종재'로 이어지는 생산의 가치 사슬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가격은 이제 '가치' 앞에 무력하다. 가치관을 공유하는 우방끼리 교역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자유무역은 선진국들에 유리한 제도였다. 다국적 기업들은 뛰어난 기술, 높은 생산성을 내세워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양산했다. 자유무역 최대의 수혜자는 중국이었다. 막 시장을 개방한 중국은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했다. 2010년 금융 위기를 틈타 G2로 부상하기도 했다. 일대일로를 세워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갔고, 첨단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서구 경제권을 위협했다. 미국은 이를 그냥 지켜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중 수입품에 고세율을 매기며 자국 우선주의로 전환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방지법(IRA)을 통해 중국 제품의 수입을 사실상 막았다. 반도체 등 첨단 분야는 대중국 기술 수출을 금지했다. 또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를 주도하며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만 공급 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달라진 중국, 한국 기업의 대응은?

중국의 성장은 그간 한국에게 기회였다. 13억 인구는 한국의 생산 시장이자 소비 시장이 됐다. 한국 수출의 4분의 1이 중국으로 향했고, 지난 20년간 막대한 무역 흑자를 남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경쟁하듯 중국에 진출했다. 인접한 거리는 니어 쇼어링의 최적지였다. 하지만 미중 패권 시대, 이제 중국 쏠림은 리스크가 되고 있다. 중국의 제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국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이 퇴출되기 시작했다. 중국에 일궈놓았던 국내 기업의 제조업 기반은 좌초 자산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기업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비중을 서서히 줄이는 디리스킹을 시도하면서 미국, 일본, 아세안, 인도 등 프렌드 쇼어링을 통해 재편되는 대체 시장으로 진출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반도체, 이차전지, OLED 등 첨단 분야에서는 기술 강국들과의 합작〮제휴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 그간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가팔랐던 만큼 미국의 중국 견제가 장기적으로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에게는 위기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글 | 박준영(경제 평론가)

추천 글

점자 교구재 만들기 봉사활동 현장 속으로

⸱ 🕒 5분

2025년 동화그룹 시무식

⸱ 🕒 3분

2025년 신년사

⸱ 🕒 5분

2024년 동화그룹 정년 퇴임식

⸱ 🕒 4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