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간, 업종 간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시대. 전통적 경계를 허물고 혁신과 융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한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소개한다.
빅블러(Big Blur): 융합과 통섭. 다른 것들을 한데 섞어 하나로 만들거나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이 개념은 경영 분야로 넘어오면서 '빅블러'로 자리 잡았다. 빅블러는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매우 모호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애플의 한계 초월 성공 가도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은 빅블러의 파괴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PC, MP3 플레이어를 합친 아이폰의 성공을 처음부터 점친 사람은 없었다. 스티브 잡스조차 아이폰 출시 당시 "시장점유율이 1%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장은 열광했다. 반면 빅블러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노키아는 아이폰 출시 6년 만에 단말기 시장에서 손을 뗐다.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기술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술 간, 업종 간의 경계가 더욱 무의미해졌다. 노키아를 무너뜨린 애플은 은행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아이폰, 아이패드에는 간편 결제에 이어 애플 신용카드인 '애플카드'가 탑재됐다. 골드만삭스와 제휴해 애플카드 사용자에게 연 4.15%의 이자를 제공하는 '애플통장'도 출시했다.
스타벅스는 은행과 경쟁, 넷플릭스 게임 진출
'커피 황제' 스타벅스는 글로벌 기준으로 약 20억 달러(2조 7,000억 원)가 넘는 선불 충전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 미국 내 4,500여 은행 중 3,900여 개(87%) 은행의 총 자산이 10억 달러가 안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글로벌 기준 스타벅스 앱 사용자는 구글페이나 애플페이보다 많다.
넷플릭스는 게임 산업에 진출했다. 2021년 9월 주주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게임을 오리지널 시리즈 같은 새로운 콘텐츠 전략의 하나로 보고 있다"고 밝힌 뒤 게임 개발에 많은 투자를 했다. 넷플릭스 앱스토어에서 게임을 다운로드하면 모바일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 <트랜스포머>, <툼레이더> 등 영상 콘텐츠를 주제로 한 게임이 많다.
손에 손잡고, 경계를 넘어
빅블러 시대, 또 하나의 생존법은 합종연횡이다. 필요하다면 이종 산업과도 과감히 협력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데이터 동맹인 '카테나-X(Catena-X Automotive Network)'는 완성차 제조업체와 통신 회사들이 결합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지멘스, 보쉬, 폭스바겐 등과 도이치텔레콤, 독일 항공우주센터, 저먼 엣지 클라우드 등이 참여해 자율 주행 자동차 시대를 공동 대응하고 있다.
2021년 9월 일본에서는 '건설 RX(Robot Transformation; 로봇 전환) 컨소시엄'이 출범했다. 대형 건설 회사인 카지마와 타케카나가 건설로봇 활성화와 생태계 구축을 위해 손잡았다. 건설업과 건설로봇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플랫폼 시대가 도래하면서 하나의 업종을 고수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소비자적 측면에서 볼 때 빅블러는 과거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가 개발돼 후생이 크게 향상될 수 있다. 경영적 측면에서의 빅블러는 기업에게 기회이자 위기다. 경쟁에서 이긴다면 모든 수익을 독점할 테지만 반대로 패한다면 한순간 회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 어찌 됐든 빅블러가 주는 교훈은 명징하다. 한 우물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The boundaries among industries and sectors are becoming increasingly blurred. Here are the examples of some global companies that have successfully taken down conventional barriers and created synergies through innovation and convergence.
Apple’s success in transcending limits
Apple’s iPhone has demonstrated the power of the Big Blur. At first, nobody even imagined that merging mobile phone, digital camera, PC and MP3 player into a single gadget would be a success. When the iPhone was just released, even Steve Jobs said he just aimed at one-percent market share. But the iPhone’s debut created a sensation. By contrast, Nokia, the global cellphone leader, failed to respond to the age of Big Blur and eventually quit its devices business six years after the iPhone’s release. Apple is now posing a threat to the banking sector. In addition to the iPhone and iPad simple payment services, it has introduced a credit card service called Apple Card, which can be used on an Apple device.
Starbucks competing with banks, Netflix advancing into gaming sector
Starbucks has more than two billion dollars in cash in the global preloaded reward revenue. That’s an enormous sum given that some 3,900 (87%) out of the 4,500 banks in America have gross assets of less than one billion dollars. Netflix has established a presence in the gaming sector as well. In a letter to its shareholders sent in September 2021 the company said it views games as a new content strategy like its originals. The company has invested generously in developing new games.
Overcoming boundaries hand in hand
One of the ways to survive in the age of Big Blur is collaboration, even with completely different sectors when needed. The Catena-X Automotive Network is an alliance of automakers and telecom providers such as BMW, Mercedes-Benz, Siemens, Bosch, Volkswagen, Deutsche Telecom, the German Aerospace Center and German Edge Cloud. They are working together to achieve convergence and consilience.
In the era of the widespread use of platforms, staying in just one sector has become meaningless. As long as companies have shared goals, they do not hesitate to join hands even with their rivals. From the standpoint of business management, the Big Blur is both a crisis and an opportunity to businesses. They can have all the profits to themselves if they win the competition, but if they lose, it can threaten their existence. The moral is: being a “jack of all trades” is no longer a bad thing.
